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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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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사랑시 행복구 동행동 AMC] 할머니의 소원
등록일 : 2017.11.29

[뉴스매거진 Vol. 569] 사랑시(市) 행복구(區) 동행동(洞)

 

할머니의 소원

 

열네 살, 태윤(가명)이의 일상은 그 또래 아이들과는 조금 다르다. 초등학교 3학년이던 2013년 난치성 혈액질환의 일종인 ‘무형성 빈혈(재생불량성빈혈)’을 진단받은 날부터 올해 6월까지 학교 대신 병원을 더 자주 다녔기 때문이다. 그런 태윤이의 곁에는 늘 수호천사처럼 함께하는 할머니가 있다.

 

태윤이의 수술

 

중학교 1학년인 태윤이의 키는 170cm를 훌쩍 넘는다. 어린 시절부터 또래보다 크고 건강했던 태윤이가 아프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이 막 시작될 무렵이었다. 갑자기 나기 시작한 열이 내리지 않자 할머니는 놀라 병원을 찾았다. 처음에는 감기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명확한 병명이 나오지 않아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몇 가지 검사 끝에 ‘무형성 빈혈’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혈액을 만드는 조혈모세포(골수)가 부족해 생기는 병이라고 했다. “태윤이의 조직과 일치하는 골수를 이식받지 못하면 평생 병원에 다니며 수혈해야 합니다.”

한 해 두 해가 지나도 태윤이의 골수 기증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수혈 횟수는 자꾸 늘어 갔다. 중학교 1학년이 되던 해 담당의사는 태윤이 할머니에게 ‘반일치 골수 이식’을 추천했다. 조직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더라도 부모나 형제에게 골수를 받아 이식하는 수술이었다. 의사는 직접 서울아산병원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잡아 주었다. 태윤이는 곧 서울로 전원 됐다. 입원 기간 아버지와 태윤이의 조직적합성 검사, 항체 검사, 감염성 질환 검사가 하나씩 진행됐다. 다행히 검사 결과 문제가 없었다. 반일치 골수 이식술의 권위자인 소아종양혈액과 임호준 교수가 태윤이의 이식술을 집도했다. 6월 27일 태윤이 아빠의 조혈모세포가 태윤이에게 이식됐지만 생착에 실패했다. 7월 26일 곧바로 태윤이 아빠가 제공한 두 번째 조혈모세모 이식 수술이 진행됐다. 두 번째 이식은 성공이었다.

수술은 성공했지만 태윤이는 아직 병원에 있다. 장기간의 약물 치료로 인해 발생한 출혈성 방광염을 치료 중이다. 출혈성 방광염은 방광벽에 약물과 바이러스로 인한 염증이 생겨 출혈이 생기는 병이다. 증상은 가볍지 않지만 태윤이는 아프다는 사실을 잊을 만큼 밝고 환하다. 빨리 퇴원해 친구들과 함께 다시 만나고 싶다면서도 간호사 누나들이 잘해줘 좋다며 쑥스럽게 웃는다.

 

할머니와 손자             
    

태윤이는 태어나 줄곧 할머니와 단둘이 살았다. 태윤이가 생후 11개월 때 집을 떠난 엄마는 그 후 한 번도 태윤이를 찾아오지 않았다. 태윤이에게 골수를 기증한 아빠는 한 달에 한 번 태윤이를 만나러 온다. 젊은 시절 태윤이 아빠의 연이은 사업 실패로 태윤이네 경제 사정이 나빠지면서 할머니는 평생을 일궈온 가게를 팔았다. 삶의 터전을 잃고 무너진 할머니를 일으켜 세운 건 태윤이었다. 어릴 때부터 애교가 많던 태윤이는 할머니의 기쁨이자 행복이었다. 그런 태윤이가 큰 병에 걸렸다고 했을 때 할머니는 슬픔과 두려움에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할머니의 눈물을 그치게 한 것 역시 태윤이었다. 태윤이는 단 한 번도 “병원 가기 싫다”라는 말로 할머니를 힘들게 한 적이 없었다. 힘든 치료를 씩씩하게 이겨내는 태윤이를 보며 할머니는 힘을 냈다.

 

희망은 여기에        
          

수술을 받아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할머니에게도 힘든 순간은 있었다. 태윤이의 치료기간이 길어질수록 약값과 치료비, 입원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한 달에 70여만 원의 정부지원금으로 생활하는 할머니에겐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었다. 치료비를 구할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던 도중 담당 의료진이 우리 병원 사회복지팀을 연계해 주었다. 할머니는 태윤이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사회복지팀을 찾았다. 얼마 뒤 어린이재단, 새생명지원센터, 한국소아암재단 그리고 아산재단으로부터 의료비 지원금을 받아 수천만 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마련할 수 있었다. 지난 4월 사하라 사막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중환자간호팀 김보준 사원이 “소아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라며 마라톤 도전과 함께 모금한 온라인 후원금도 태윤이의 치료비에 보태졌다.

“수술은 받아야 하는데 치료비는 늘어가고 너무 힘들었어요.” 할머니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흐른다고 했다. 고마움을 갚을 길이 없어 늘 미안하다는 할머니는 우는 환자와 가족들을 보면 손 한번 꼭 잡아 주고 돌아선다. “앞으로 좋은 일을 하면서 지금껏 진 빚을 갚고 싶어요.” 여러 사람의 위로와 응원으로 태윤이와 할머니는 다시 웃을 수 있게 됐다. 할머니가 눈물을 닦으며 희망을 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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