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스토리
네가 숨 쉬는 기쁨 - 선천성 심장질환 경태 이야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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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달을 품고 만난 아이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숨이 멎었다. 기쁨과 슬픔이 이렇게 맞닿은 것이었나. 폐동맥 폐쇄 및 심실중격결손을 안고 태어난 경태는 밤 사이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가까운 병원에 데려가자 의료진은 서둘러 구급차에 태웠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 막 도착했을 때 “아이가 숨을 안 쉬어요!”라고 누군가 소리쳤다.
‘우리의 시간이 여기까지일 리 없어.’ 2001년 8월 29일의 일이었다.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이 던져졌다
어느새 봄은 우리 곁에 와있었고 퇴원이 결정됐다. 앞으로 1년을 버티기 힘들다는 이야기만 없다면 더 좋았겠지만. “경태야 우리 어쩌면 좋니….” 엄마의 목소리를 알아듣는지 품 안의 아이는 배시시 웃었다.
“경태는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하는 아이예요”라던 의료진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 아이가 어쩐지 나보다 더 큰 사람처럼 보였다.
유독 힘든 날이면 경태는 조용히 묻기도 했다. “왜 나만 아파요?” 아무 대답도 들려줄 수 없었다. 나도 신에게 매일 묻고 싶었으니까. 왜 우리 아이가 이렇게 아파야 하는지.
물론 경태의 발걸음에 맞추면 여행이 여행일 수만은 없었다. 하지만 아이가 다음 여행지를 상상하고 그 기대로 버티는 걸 보면 욕심이 났다. 우리는 2024년 겨울 스페인에 가기로 약속했다. 앞날은 까맣게 모르고 말이다.
이듬해 1월에는 탈장 수술이 이어졌다. 심장이 좋지 않아 마취가 필요한 수술에 큰 부담이 따랐다. 수술 후 경태가 쉽게 깨어나지 못하자, 이것이 경태의 마지막이 될 거라면 고통 없이 데려가셨어야 한다고 신에게도, 의료진에게도 원망 아닌 원망을 쏟아냈다. 그런데 이번에도 경태는 하루 만에 깨어났다.
“엄마, 어제는 너무 힘들어서 하느님한테 가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직은 엄마 아빠랑 더 살고 싶어요.”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고 경태는 다시 새로운 날을 맞이했다.
그래도 언젠가 서울아산병원은 해결 방법을 주리라 기대하며 20여 년간 의료진에 대한 신뢰를 차곡차곡 쌓아왔다. 병실의 아이들이 치료받고 나갈 때마다 누구보다 행복해하는 모습을, 아이가 아파하면 누구보다 애태우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 아이를 보고 있지 않다고 해서 손 놓은 게 아니란 것쯤은 알고 있었다. 유 교수님은 어엿한 성인이 된 경태에게 직접 이식에 관해 설명했다. 경태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저 할래요!”
‘경태가 무사히 이식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분들도 같은 표정이겠지? “경태가 드디어 큰 일을 해냈구나!”라면서.’ 닿을 리 없지만 고맙다는 인사가 입가를 맴돌았다.
“선천적으로 좋지 않은 컨디션이었기 때문에 본인은 매우 만족스럽겠지만, 일반인에 비하면 여전히 불편할 거예요.” 나는 경태를 잘 안다고 자주 착각하곤 한다. 저 아이가 얼마나 연약한 아이인지. 또 얼마나 강한 의지로 내 곁에 있는 건지 진료실에서 문득문득 실감한다. 내 마음 한 편의 그늘에 경태는 또 따뜻한 웃음을 드리웠다.
“엄마, 우리 작년에 못 간 스페인은 올겨울에 꼭 가요! 나 이제 갈 수 있어.”
“응, 엄마도 꼭 가고 싶어. 너랑 같이.” |